• 미국 수입 금지로 서구권 대체 생산 한계에 따른 광모듈 공급 부족 및 하이퍼스케일러 비용 상승 우려
  • 중국 업체는 전 세계 광트랜시버 출하량의 3분의 2를 차지
  • 중국 광모듈은 미국 및 일본산 핵심 부품에 의존…이번 규제가 상호 의존적 생태계 교란 초래 가능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산 신규 광트랜시버 모델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경쟁이 대규모언어모델(LLM) 중심에서 에이전틱 AI로 이동하면서 데이터센터 구조도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를 구성해온 구리 배선은 수만 개의 GPU를 연결하는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랙과 랙 사이 통신을 위한 초고속 광인터커넥트 기술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잠재적인 공급망 리스크로부터 AI 인프라를 보호하려 하지만, 실제 시장은 훨씬 복잡하다. AI 광통신 공급망은 서구권의 반도체 기술 혁신과 중국의 대규모 정밀 제조 역량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광통신 시장의 현실…누가 광트랜시버 공급을 주도하고 있나

광트랜시버는 범용 통신 부품에서 AI 클러스터 확장의 핵심 병목 요소로 진화했다. 특히 400G, 800G, 차세대 1.6T OSFP 및 QSFP-DD 등 특정 규격의 초고속 모듈은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 정렬 기술과 대량 생산 수율을 확보한 소수 기업에 공급이 집중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추정에 따르면 중지이노라이트는 북미 클라우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800G 및 초기 1.6T 모듈 공급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광트랜시버 시장에서 약 27%의 매출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코히런트는 광트랜시버 매출 기준 약 17%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 있으며,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와 긴밀한 공급 관계를 구축한 또 다른 중국 업체 이옵토링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루멘텀 홀딩스는 완제품 광모듈 매출 기준 약 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위 공급망인 레이저 부품 분야에서는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광모듈 업체들은 전 세계 광모듈 출하량의 약 3분의 2, 데이터센터 광트랜시버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노라이트, 이옵토링크, 액셀링크, 소스포토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1. 미국 AI 하이퍼스케일러, 공급 지연과 비용 부담 떠안나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미국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를 상대로 중국산 신규 광트랜시버를 전면 금지할 경우, 단기에서 중기적으로 상당한 운영상의 병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생산능력이 문제다. 코히런트와 루멘텀 등 서구권 업체들은 뛰어난 광소자 설계 역량을 갖췄지만, 이노라이트와 이옵토링크의 물량을 향후 12~24개월 안에 흡수할 만큼의 클린룸 생산능력과 자동 패키징 인프라, 생산 수율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클러스터 가동 지연도 우려된다. AI 슈퍼클러스터에서는 광트랜시버 한 묶음만 빠져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GPU 자원이 통째로 놀게 된다. 광트랜시버 수입이 제한되면 차세대 800G·1.6T 클러스터의 상용 가동 시점이 여러 분기 미뤄질 수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공급이 조여지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부품원가(BoM)는 오를 수밖에 없다. 결국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중국 외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2.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도 정조준되나

미국의 첨단 AI 프로세서(엔비디아 H100·블랙웰 시리즈 등) 수출 규제로 중국 내 클라우드 사업자(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는 100G·400G급 저밀도 클러스터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주요 광모듈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800G·1.6T 모듈 매출의 90% 이상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등 해외 고객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에 대비한 카드가 동남아 우회 생산이다. 이노라이트와 이옵토링크는 관세·무역 역풍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중국 본토 밖으로 생산기지를 적극 넓혀왔다. 특히 태국에 대규모 자동화 라인을 세웠고, 미국향 물량의 최종 조립과 광정렬, 테스트, 출하를 동남아에서 처리하며 공급의 연속성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규제의 사정권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제품의 생산지가 아니라 모기업의 소유 구조를 기준으로 삼는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 방식을 택할 경우, 중국 업체들은 본토 밖에서 만든 제품까지 규제 대상에 걸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배구조 개편이나 합작법인 설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 경쟁 구도와 상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광트랜시버 시장을 지역별로 명확히 분리할 수 있다는 시각은 실제 하드웨어 생태계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하드웨어는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중국 광모듈 업체들은 홀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시장 주도력은 서구권 파트너의 핵심 부품을 통합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이노라이트와 이옵토링크는 미국의 브로드컴과 마벨에서 고속 디지털신호처리기(DSP)를 들여오고, 루멘텀·코히런트·일본 미쓰비시전기로부터 연속파(CW) 레이저와 전기흡수변조레이저(EML), 광칩을 조달한다.

시스템 통합 역량 자체가 진입장벽이다. 이노라이트의 강점은 단순한 저임금 생산에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소비자 전자제품 분야에서 폭스콘(Foxconn)이 맡은 역할에 견줄 만한 대규모 시스템 통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1.6T 실리콘 포토닉스 모듈에 요구되는 열 방출 제어와 나노미터 수준의 정렬, 패키징 수율을 확보하는 일은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해자로 작용한다.

서구권 업체에는 반사이익이 열려 있다. 코히런트와 루멘텀, 어플라이드옵토일렉트로닉스(Applied Optoelectronics) 등 미국 광모듈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조달 물량과 가격 협상력을 함께 키울 여지가 있다. 다만 지금의 AI 클러스터 구축 속도를 따라잡을 만큼 생산을 끌어올리려면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객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전망

글로벌 AI 생태계는 여전히 대규모 생산 역량 측면에서 중국 광모듈 업체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핵심 AI 공급망을 보호하려 하지만, 급격한 규제 변화는 오히려 하드웨어 공급 병목을 초래해 세계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인프라 구축 일정을 늦출 수 있다.

향후 12~24개월 동안 광인터커넥트 시장의 경쟁력은 제조 역량이 좌우할 전망이다. 높은 수율의 1.6T 실리콘 포토닉스 모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동시에 복잡한 지역별 생산 규제라는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업체가 차세대 AI 인프라 확장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Cloud AI Server Analysis Service는 파운드리, 메모리, 컴퓨팅, 네트워킹, 인터커넥트, 냉각, 서버, 랙, AI 모델, AI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AI 데이터센터 가치사슬 전반의 핵심 부품을 추적·예측·분석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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