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NVIDIA)는 도쿄에서 미디어 및 애널리스트 브리핑을 열고, 젠슨 황 CEO는 “이곳에서부터 일본 AI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컸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중국의 무역 이슈와 한국의 메모리 시장 호황 속에서 일본이 AI 경쟁에서 주변국에 비해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이에 젠슨 황은 일본이 엔비디아의 핵심 전략 시장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발표도 함께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의 핵심으로 피지컬 AI를 제시했다. 대규모 제조 역량을 갖춘 국가가 피지컬 AI 기반의 고도 자율 시스템으로 도약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도요타, 혼다, 화낙(FANUC), 오므론(OMRON), 소니 등 세계적인 제조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시티, 차세대 로보틱스 분야에서 자율형 AI 시스템을 구현할 최적의 기반을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소버린 AI와 피지컬 AI였다. 두 분야 모두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영역으로 평가됐다.
소버린 AI: 엔비디아, 일본 국가 AI 인프라 구축 참여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엔비디아가 일본의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는 점이다.
일본은 정부 지원 기업인 노에트라(Noetra)를 중심으로 루빈(Rubin) GPU 2만7,500개를 기반으로 한 국가 차원의 AI 슈퍼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노에트라에는 소프트뱅크와 NEC, 소니, 혼다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의 피지컬 AI 시장을 뒷받침할 소버린 기반모델 개발도 추진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네모트론(Nemotron) 오픈 모델이 일본 기업과 연구기관, 스타트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SB Intuitions를 비롯해 히타치(Hitachi), NTT DATA, 사카나 AI(Sakana AI) 등이 주요 도입 사례로 소개됐다.
또한 NTT도코모(Docomo), 소프트뱅크, KDDI 등 일본 주요 통신사는 통신망은 물론 그룹 전반의 AI 도입을 이끌 핵심 사업자로 지목됐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해외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언어와 문화, 산업 환경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모델 가중치, 데이터 라이브러리, 개발 도구, AI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피지컬 AI: 로봇 강국 일본, AI 혁신 본격화
일본 정부는 피지컬 AI 도입을 본격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며, 2040년까지 18개 산업 분야에 AI 탑재 로봇 1,00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피지컬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도요타, 화낙, 가와사키중공업, 혼다와 협력해 관련 산업의 AI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AI 산업 전반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에너지가 자신이 제시한 ‘레이어 케이크(layer-cake)’ AI 생태계 모델의 기반이라며, 모든 AI 인프라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환경에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모든 용도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며, 일본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다시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AI 버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며, 수요는 매우 강하다”며 AI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애널리스트 의견: 일본 AI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 될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마크 아인슈타인(Marc Einstein) 리서치 디렉터는 “젠슨 황은 뛰어난 기술 비전을 갖춘 인물이자 AI 생태계 전반을 깊이 이해하는 전략적인 마케터”라며 “AI 생태계가 어떻게 연결되고 발전할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의 출발점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시장”이라며 “반면 일본은 AI 성장 국면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6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에는 엔비디아와 같은 AI 선도 기업이 없는 만큼 엔비디아가 일본 AI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missing link)’이 될 수 있다”며 “젠슨 황의 ‘이곳에서부터 일본 AI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다소 과장됐을 수 있지만, 이번 발표는 일본 AI 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급망 상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필수적인 파트너”라며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와 특수 화학소재, 실리콘 웨이퍼, 첨단 패키징 기판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소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칩렛 기반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필수적”이라며 주요 기업으로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 어드반테스트(Advantest), 디스코(DISCO), 아지노모토(Ajinomoto), TOTO, 신에츠화학(Shin-Etsu), SUMCO, TOK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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