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전환은 중국·미국·EU가 서로 다른 정책과 시장 경로를 선택하면서 분화되고 있음
  • 중국은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크게 앞서 있는 반면, 미국은 정책 후퇴와 완성차 업체(OEM)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음
  • EU는 2035년 내연기관차(ICE) 금지 기조를 완화하는 한편, M1E(소형차) 세그먼트와 슈퍼 크레딧을 통해 합리적 가격대의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며 전략 재조정
  • M1E 소형 전기차는 실제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로 출시될 경우, EU 전역에서 대중적 확산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각 지역의 정책과 시장 흐름이 엇갈리며 전환 국면의 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 주도권 확보를 향해 공격적으로 나아가는 반면,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주저하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며 배출 규제를 완화하고 전동화를 우대하던 정책 기조를 재조정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 경로 분화: 중국은 가속, 미국은 둔화

중국은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기차 보급이 정책 주도 단계를 넘어 시장 주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치열한 내수 경쟁과 가격 인하 경쟁, 공급 과잉 국면 속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OEM)들은 시선을 해외로 돌려, 합리적인 가격과 풍부한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과 비용 경쟁력 측면에서 서구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직접적인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전기차 전환 경로는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 연방 차원의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축소와 배출 규제 완화 가능성은 그간 OEM들의 투자를 뒷받침해 온 정책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배터리 합작 투자를 보류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차(ICE)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OEM들의 북미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미국의 전기차 전환을 수년간 지연시킬 위험이 있으며, 전동화에 보다 집중하고 있는 중국 및 EU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28년 이후를 내다보면, 행정부 교체를 계기로 미국의 전기차 정책 모멘텀이 다시 살아나고 전기차 판매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국가별 글로벌 전기차(EV) 판매 대수 비중

출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승용차 파워트레인별 전망(2035년)
참고: 전기차(EV)는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포함

EU의 전기차 이중 전략: 내연기관 금지 재검토와 소형차 세그먼트 도입

EU는 탈탄소화에 대한 기존의 공약을 유지하는 동시에, 약 1조 유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EU GDP의 약 7%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으로부터의 강한 압박을 함께 고려하는, 이른바 ‘야누스적(Janus-faced)’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기후 목표와 산업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EU는 현재 중국의 공격적인 전기차 확대 정책과 미국의 정책 후퇴 사이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EU는 장기적인 탈탄소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연기관의 미래와 소형 전기차의 역할을 동시에 재정의하는 두 단계 정책 전환을 통해 ‘로드 투 제로(road-to-zero)’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탈탄소화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U의 첫 번째 주요 정책 변화는 2035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을 완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배출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100% 감축을 의무화해 사실상 전기차만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2021년 대비 90% 감축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는 물론 순수 내연기관차도 바이오연료, e-연료(e-fuels), 유럽산 ‘그린 스틸’과 같은 저탄소 소재 활용을 통해 잔여 배출량을 상쇄하는 조건 하에 2035년 이후에도 판매가 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는 폭스바겐, 르노, 메르세데스-벤츠, BMW, 스텔란티스 등 주요 OEM과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의 지속적인 로비에 따른 결과다. 이들은 비용 부담, 공급망 제약,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제기해 왔다. 정책 유연성 확대는 OEM들이 생산과 투자를 급격히 흔들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며 비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장기적 경쟁력 측면에서는 EU의 입지를 약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는 90% 감축 목표 자체도 2030년 이전에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OEM과 일부 회원국들은 2030년대 말로 갈수록 추가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EU의 장기 탈탄소화 로드맵의 지속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U 전략의 두 번째 축은 소형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소형차 카테고리인 ‘M1E’의 도입이다. M1E는 기존 M1 승용차 분류의 하위 세그먼트로, 차체 길이를 최대 4.2미터로 제한한 소형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한다. 르노 4, 르노 5를 비롯해 폭스바겐 그룹이 향후 출시할 ID 폴로(ID Polo) 등 소형 전기차 모델들이 해당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갤럭시 싱위안(Galaxy Xingyuan), 우링 홍광(Wuling Hongguang) 미니 EV, BYD 시걸(Seagull), 립모터 C10(Leapmotor C10), 지리 판다 미니(Geely Panda Mini), 창안 루민(Changan Lumin) 등 소형 전기차가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이들 가운데 다수 모델은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EU에서도 M1E 세그먼트를 통해 소형·합리적 가격대의 전기차에 초점을 맞출 경우, 전기차 대중화 확대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EU는 정책 발표를 통해 EU 역내에서 생산된 M1E 차량에 대해 제조사의 CO₂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는 ‘슈퍼 크레딧(super credits)’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M1E 차량 1대 판매 시 기존 1크레딧이 아닌 1.3크레딧으로 인정돼, 역내 생산과 판매를 강하게 유도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가 전기차 가격 부담을 낮추고, 보조금·세제 혜택·우선 주차 등 재정·비재정적 인센티브를 회원국들이 연계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EU 내 생산기지를 구축 중인 BYD와 같은 중국 업체들에게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다른 중국 OEM의 EU 지역 내 PHEV는 물론 내연기관차 판매 확대를 위한 투자 유인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망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지역별 정책과 시장 환경이 갈라지면서 단일한 전기차 전략을 유지하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첨단 소프트웨어 기능을 갖춘 초경쟁·저비용 전기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EU는 규제 유연성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 중심으로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다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과 시장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분화는 글로벌 자동차 OEM들로 하여금 제품 포트폴리오, 파워트레인 전략, 공급망을 지역별로 세분화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그 결과 규모의 경제는 약화되고 비용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 표준화, 배터리 조달, 소프트웨어 로드맵을 일관되게 맞추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자본 배분 역시 상충하는 우선순위 사이에서 분산되고 있다. 실제로 포드는 약 195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관련 손실을 부담한 데 이어 일부 모델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GM은 전기차 수익성 달성 시점을 늦추고 단기 출하량을 축소했으며, 혼다는 전기차 출시 속도를 조절하고 하이브리드 전략을 연장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의 분절화는 규모의 이점을 약화시키고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결과 향후 전기차 경쟁력은 단순한 글로벌 규모뿐만 아니라, 지역별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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