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서 2년 전 출시한 H200 호퍼(Hopper) AI GPU를 프리미엄 조건으로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단기~중기적으로 중국의 AI 칩 자급자족 전략이 복잡해짐
  • 이는 중국이 미국산 AI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국 AI 칩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림
  • 엔비디아 H200은 여전히 성능의 기준점으로 평가되며, 중국 정부는 의존도 축소를 위해 화웨이, 캠브리콘, 비런, 하이곤 등 자국 업체들에 성능 격차 해소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큼

카운터포인트의 AI·HPC·반도체 애널리스트 팀은 AI 가속기 시장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추적하며, 풀스택 역량, 생태계 경쟁력, 지정학 등 미·중 AI 경쟁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이 산업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25년 12월 9일,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성능이 검증된 호퍼(Hopper) H200 GPU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며, 전면 금지 기조에서 방향을 전환했다. 이번 결정은 미·중 AI 경쟁 국면에서 주목할 만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두 가지 분명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첫째, 이번 결정으로 엔비디아는 중국 내 상업적 입지를 일부 회복할 기회를 확보하게 됐으며, 이는 미·중 AI 경쟁에서 미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서 10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존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의 첨단 AI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약 95%에서 0%로 급락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H200 수출이 허용되면서 엔비디아는 제품 차등화, 선택적 수출, 급부상하는 중국 칩 업체들에 맞선 생태계 방어를 포함한 보다 정교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국 AI 칩 자급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행보를 일정 부분 둔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둘째, 이번 수출 허용은 미국 워싱턴이 자국의 기술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H200은 높은 성능을 갖춘 제품이지만, 차세대 플래그십인 블랙웰(Blackwell) B200은 처리량이 거의 3배에 달하며, 2026년 출시가 예정된 루빈(Rubin)은 블랙웰을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접근할 수 있는 칩과 미국이 실제로 사용하는 칩 간의 성능 격차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즉, 가장 뛰어나고 빠른 칩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 및 기타 국가에 계속 우선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엔비디아로서는 이상적으로는 어떠한 제한도 원치 않겠지만, 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플래그십 ‘블랙웰 B200’, H200 대비 처리량 3.1배 향상

출처: 엔비디아

엔비디아 H200, 중국의 반도체 자급 전략에 복잡성 더해

이번 미국의 수출 통제 완화는 외교 정책 수단일 뿐 아니라, 무역 협상에서의 지렛대이자 수익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수년간 추진돼 온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 노력에 추가적인 복잡성을 더한다. 다만 중국 역시 외국산 칩에 대한 규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신규 데이터센터에서 추가적인 엔비디아 GPU 사용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의 국가 조달 목록에는 화웨이와 캠브리콘(Cambricon) 등 자국 업체의 AI 칩을 우선하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H200이 출시된 지 두 세대가 지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내 대부분의 국산 칩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화웨이의 910C조차도 H200 대비 전체 연산 성능은 약 76% 수준에 그치며, 메모리 대역폭은 약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캠브리콘과 하이곤(Hygon) 등 다른 주요 중국 업체들의 칩은 이보다 성능 격차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H200은 가격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AI 기반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의 ‘시장 출시 속도(time to market)’ 관점에서 일부 중국 기업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 고객 중 어느 범위까지 H200 조달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서 잃었던 점유율의 약 10~25%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GPU, 중국 내 AI 칩 육성 전략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카운터포인트가 현재 모델링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적어도 당분간은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구도다.

1) 엔비디아의 학습용 GPU와 추론용 중국 자체 AI 칩

중국이 AI 스택 전반에서 한 번에 승리할 필요는 없다. 우선 물량이 가장 큰 계층을 선점하면 된다. 추론이 배치를 촉진하고, 배치가 규모의 확대를 가져온다. 중국 자체 AI 칩은 대규모 추론 워크로드를 수행하기에 이미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병목은 학습 연산이며, 이 영역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앞서 있다. 다만 H200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실질적인 균형점이 형성됐다.

  • AI 칩: 비용 민감도가 높은 대규모 추론 시장 담당
  • 엔비디아 GPU: 중국이 아직 최첨단 성능이 필요한 자본집약적 학습 단계 담당

이러한 분업형 모델은 최첨단 영역에서의 미국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도, 자체 AI 칩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또한 생태계 연속성을 유지해 모델을 경쟁력 있게 학습할 수 있게 하며, 중국 내 GPU 스택이 성숙할 때까지의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2) 엔비디아 H200 접근성, 촉매로 작용

NVIDIA H200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 기반 AI 가속기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동기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며, 이는 그 노력을 더욱 촉진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H200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 내 기업들이 목표로 삼아야 할 성능 기준점이 보다 명확하고 즉각적으로 제시된다. 도달 불가능한 대상이 아닌, 실제로 경쟁 가능한 NVIDIA 제품과의 경쟁은 더 촘촘한 피드백 루프와 한층 공격적인 성능 목표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역학은 경쟁이 역량 개발을 제한하기보다 가속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중국 기업들이 2세대 이전의 NVIDIA 칩 성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베이징은 자국의 핵심 반도체 기업들이 성능 격차를 줄이도록 가하는 압박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H200은 의존 요소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구체적 목표로 작용하는 것이다.

3) 중국 내 ASIC 기반 AI 의 고도화

GPU는 범용적이지만, ASIC은 필연적이다. 모델 아키텍처가 안정화되고 워크로드가 보다 명확해질수록, ASIC은 전력 대비 성능 향상, 비용 효율성, 공급망 복잡성 축소 측면에서 강점을 제공한다. 중국의 제조 생태계는 비용 중심의 빠른 반복(iteration)에 최적화돼 있어, ASIC 중심 가속기 개발에서 중국 업체들(화웨이, 캠브리콘)에 구조적 이점을 제공한다. 아키텍처 선점과 CUDA 락인(lock-in)으로 인해 GPU 영역에서 엔비디아를 앞지르기 어렵다면, 중국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전용 가속기로 도약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이 자사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TPU 스택을 통해 엔비디아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TSMC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점은 중국 생태계에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IC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공정 노드 수준, 생산능력, 가동률 측면에서는 빠르게 격차를 좁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제조 수율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의미 있는 개선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4) 풀스택 구축: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데이터 + 생태계

엔비디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칩 성능에만 있지 않다. CUDA를 비롯해 라이브러리와 프레임워크, 개발자 도구, 최적화된 모델, 그리고 개발자·파트너 생태계까지 전 스택을 소유·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유사한 수직 통합형 풀스택 전략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나, 이는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개별 칩이 아니라 생태계라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중국이 연산 → 프레임워크 → 모델 →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자국 내에서 구축할 수 있다면, 단일 칩의 기술적 돌파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준으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생태계가 자립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워크로드가 국내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칩 성능 격차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마무리 요약

  • 중국 시장 재진입으로 매출 확대와 함께, 여전히 경쟁력 있는 2세대 전 H200의 규모 확대 및 생태계 회복에 기여할 전망
  • 레노버부터 폭스콘에 이르기까지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풀 랙 시스템 판매가 가능해지며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
  • 이번 조치는 미국 기반 AI 솔루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AI 리더십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AI 칩 자급 여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음. 아울러 중국으로 판매되는 해당 칩에 대해 25%의 정부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
  • 중국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 고성능 엔비디아 칩을 기다려온 일부 기업에는 모델 학습과 시장 출시 속도 측면에서 호재이나,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대안을 활용하던 기업들의 학습 속도는 일부 둔화될 수 있음
  • 일부 기업은 엔비디아 GPU로 학습을 수행하고, 대규모 추론은 중국 내 AI 칩으로 처리하는 분업 구조가 합리적으로 보임
  • 최첨단 영역에서의 미국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 중국 내 칩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음
  • 구글의 TPU 사례처럼, 모델 구조가 안정화되고 워크로드가 명확해질수록 ASIC은 전력 대비 성능, 비용 효율, 공급망 단순화 측면에서 강점을 제공
  •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와 같은 첨단 파운드리에 대한 접근 제한은 중국이 고성능 AI 가속기 칩을 대량 생산하는 데 있어 여전히 핵심 병목으로 남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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