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방한은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공급망인 메모리 협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AI 수요를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젠슨 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수장들과 만나 AI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문이 한국을 대만과 함께 엔비디아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출처: SK 하이닉스
HBM 공급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
이번 방한의 핵심 목적은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강화로 분석된다.
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젠슨 황은 지난 달 컴퓨텍스 2026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HBM 웨이퍼에 “PLEASE MAKE MORE(더 많이 만들어 달라)”라는 문구를 직접 남기며 HBM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HBM4와 HBM4E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CPU와 GPU에 탑재되는 D램 용량 역시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가 AI 산업의 과제로 부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이하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5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4 공급을 통해 엔비디아 내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HBM 시장의 병목 요인으로 패키징과 공급 물량 확보를 꼽는다. 특히 HBM4와 HBM4E 세대에서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관리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기존 메모리 인터페이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설계 및 제조 공정의 통합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HBM 공급망 확보가 한층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메모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이 단순한 파트너십 차원을 넘어 삼성전자의 HBM 인증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차세대 HBM 공급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로보틱스·피지컬 AI, 차세대 성장 동력
엔비디아는 이번 방문을 통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분야 협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반도체를 넘어 휴머노이드 산업의 핵심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국가로 보고 있다. 한국은 중공업과 자동차, 로봇 산업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로, AI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강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젠슨 황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보틱스는 한국의 다음 주요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두산은 지난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건설·에너지·로봇 분야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엔비디아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을 추진 중이며, 양사는 국내 AI 기술센터와 피지컬 AI 응용센터 설립을 위해 총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뿐 아니라 소버린 AI(Sovereign AI) 생태계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젠슨 황은 네이버와의 회동을 통해 한국 및 동아시아 시장에 최적화된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별 데이터 규제와 보안 요구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보다 자국 클라우드 사업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AI 인프라 수요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이 단순한 공급망 점검을 넘어 AI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GPU 기업을 넘어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를 아우르는 AI 플랫폼 기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생성형 AI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2030년까지 연간 최소 7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기업 부문의 AI 투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AI 수요 확대는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도 견인하고 있다. 초기에는 GPU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후 HBM, DRAM, NAND 등 메모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 시장 성장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면서 HBM과 DRAM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수요가 다변화됨에 따라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역시 주요 공급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차세대 AI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젠슨 황 CEO는 AI 산업이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인 시장 확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AI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산업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며 시장에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골드러시(AI Gold Rush)’에 비유하며, AI 생태계 전반에서 대규모 가치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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