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국내 애플페이 상륙 관련 뉴스는 끊임없이 등장했으나 NFC 기반 결제 인프라 미흡 및 애플페이의 수수료 등의 문제로 인해 모두 루머 단계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2022년 10월 애플페이와 현대카드의 약관이 유출되고, 지난 12월 금융 감독원의 약관 심사가 완료되며 여느 때보다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애플페이 국내 상륙을 방해하는 세 가지 요소
애플페이 국내 상륙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NFC 단말기 부족, 별도의 수수료 발생, 해외 결제 승인 및 처리 방식이다.
우선 애플페이의 경우 NFC 기반 결제 시스템으로 국내에서 보편화된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와 IC(Integrated Circuit) 칩 기반 단말기와 호환되지 않는다. 현재 NFC 단말기의 경우 2022년 상반기 기준 전체 280만 카드 가맹점 중 6~7만여대로 약 5% 미만으로 추정되며, NFC 단말기의 가격은 약 20만원 대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애플 페이를 위해 도소매점이 이를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흡한 결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카드사가 NFC 단말기를 보급하려 해도 여신 전문 금융업법 제24조의 2(신용카드업자 등의 금지행위)가 발목을 잡는다. 카드사의 지나친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 제정된 해당 법안은 애플페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NFC 단말기가 보급되더라도 애플페이 수수료 문제도 존재한다. 서비스 수수료가 없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약 0.1~0.15%의 수수료를 지불해야할 것으로 예상되며 별도로 EMV co. 회원사에 이용료를 지불해야할 수도 있다. 애플페이의 서비스 비용은 소문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동안 없던 수수료에 대한 일부 도소매점이나 자영업 및 이용자의 심리적 반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결제수단과 달리 해외에서 결제 승인 및 처리를 해야 하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신용 정보법 제17조 (처리의 위탁)과 개인 정보법 제26조 (업무 위탁에 따른 개인정보의 처리 제한)에 따라 국내 가맹점의 결제 업무를 해외 사업자에 위탁해 처리할 수 있는지, 이 과정에서 해킹·정보유출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하여 아직 금융 감독원의 심사가 남아있다. 국내 고객의 결제 정보가 해외 기업인 비자 마스터 카드에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검토 중에 있으며 2014년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사태 등 전례로 인하여 당국은 조심스럽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아닌 로컬 결제 수단이 리드하는 일본과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모든 장애물이 해결된 후, 애플 페이가 도입되더라도 이미 보편화된 삼성 페이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16년에 애플페이를 도입한 중국과 일본의 경우, 애플페이 사용률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중국의 경우에는 QR코드를 이용하여 간편한 결제 및 송금까지 가능한 알리 페이, 위챗 페이의 점유율이 애플페이 도입시기부터 상당히 높았고, 또한 유니온페이(은련카드)만 애플페이에 호환된다는 점이 이용자를 제한했다. 일본은 여전히 오프라인 현금 결제 비중이 약 80%를 넘는 시장이며, 간편 결제 시장에서는 Paypay나 LinePay가 수수료가 없고 마일리지 사용이 편하다는 점을 내세워 애플페이를 추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애플페이가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다면, NFC 단말기 보급율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현대 카드의 1년 독점 계약으로 인하여 사용 가능 카드 종류 제한이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점 계약 이후로도 해외 결제가 가능한 카드여야 한다는 점은 다른 결제 수단 대비 불편한 요소이다. 또한, 수수료가 없는 삼성페이와 카카오, 네이버 등의 경쟁사 대비 장점이 ‘아이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는 미흡하여 애플페이의 미래가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만약 애플페이만의 장점이 없다면 도입 초기의 뜨거운 관심은 빠르게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설 수 있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하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보편화된 결제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려우며 현대카드를 발급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페이가 도입된 2016년 이후 일본과 중국의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 변화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유의미한 변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애플페이의 도입 여부보다는 새로운 모델의 디자인과 성능에 따라서 성장 또는 감소했다.
결국에는 애플페이가 도입된 초반, 시장의 많은 관심이 쏠릴 수는 있으나 실제로 애플페이로 인하여 기기를 변경하는 사람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페이와 같은 다른 간편결제수단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기기를 변경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애플페이로 인하여 아이폰 유저들의 사용자 경험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새로운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의 성능 및 디자인이 아쉽거나 내년 아이폰 15 시리즈가 뛰어나다면 도입 초반에 어느정도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도입된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편의기능이 아닌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자체라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며 애플페이 하나로 인하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눈에 띄는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애플페이 도입 이후 중국과 일본 내 애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변화 추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테크놀러지, 미디어, 텔레커뮤니케이션 산업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리서치 기관으로, 애플과 같은 제조사별 실적과 시장 전망 데이터 및 트렌드 분석보고서를 제공한다. 마켓펄스라고 불리는 월별 보고서를 비롯하여 분기별 보고서, 고객사의 요청에 맞는 주문형식의 보고서, 브랜드의 모델별 출하량 데이터 제공, 컨설팅 업무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